▷해밀턴 프로젝트가 밝힌 국가경제전략의 대원칙은 폭넓은 계층의(Broad-based) 경제성장, 경제적 안정성, 효율적인 정부(Effective government)라는 세 가지다. 그런데 청와대는 어제 “해밀턴 프로젝트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가적 책임, 성장과 복지의 병행 추진, 혁신주도 성장을 강조했다”고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비슷한 듯이 해석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내 논에 물 끌어대기)의 극치다.
▷원문이 강조하는 바는 다르다. 우선 폭넓은 계층의 성장을 위해선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질 높은 공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교사에 대한 평가를 중시해 교사노조를 떨게 했을 정도다. 청와대가 ‘복지’로 풀이한 경제적 안정성에 대해 해밀턴 보고서는 ‘어떻게 제공되느냐’가 얼마나 많이 제공되느냐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또 “성장을 위한 작은 정부론은 잘못 설정된 의제”라고 주장했지만 보고서는 “시장(市場)이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는 교육 훈련 과학 및 인프라 투자에 공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규제비용의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프로젝트명(名)의 주인공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민간영역과 균형재정을 중시한 초대 미국 재무장관이었다. 이번의 보고서 역시 시장의 활력을 키우고 정부지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늘리고 증세(增稅)하자는 큰 정부에 박수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노 정부가 지난해 31위에서 올해 47위로 추락한 정부효율성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반갑다, 해밀턴!”을 외치는 것은 무지(無知) 탓일까 무치(無恥) 탓일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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