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 정찰위성이 아니면 북의 미사일 발사대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지는 백두, 금강 정찰기와 감청부대만으로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미 측이 제공한 정보를 믿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자꾸 딴소리를 해선 안 된다. 이러니까 미 측이 미사일방어체제의 한 축인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여부조차도 못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정보력으로 자주(自主)를 외치고 북의 ‘민족끼리’ 주장에 동조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제 나온 월간 신동아 7월호에 따르면 1999년 6월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서해교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연평해전 사흘 전에 “이번에 해군사령부에서 영웅이 몇 명 나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사실들을 과연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보 공유는 동맹의 출발점이고, 원활한 공유는 굳건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개월 동안 전화 통화 한번 안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면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청와대는 “실무자들이 여러 채널로 미 측과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정상끼리의 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독자적인 정보력도 없고, 정보를 공유할 신뢰관계마저 흔들리는 판인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또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도 모르면서 4800만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어제 “한미공조는 현실이고 민족공조는 착시”라고 했는데, 평소 자주를 강조해 온 그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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