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성(性)전환 호적

  • 입력 2006년 6월 22일 21시 59분


영어 sex와 gender는 똑같이 ‘성(性)’이다. 둘 다 남녀 구별을 뜻하는 말이지만 개념은 사뭇 다르다. sex는 성염색체에 따른 해부학적 성을, gender는 정신적 사회적 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부학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다. ‘이브가 된 아담’으로 유명한 연예인 하리수도 그런 경우다. 그는 성염색체가 XY로 분명 남성이다. 하지만 자신을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줄곧 여자아이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컸고, 고교 2학년 때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다고 한다.

▷의학계에서는 해부학적 성과 정신적 성의 불일치를 성전환증(性轉換症·transsexualism)이라고 한다. 자신이 타고난 생물학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을 느끼고, 자신이 반대되는 성에 속한다고 믿으며, 그 확신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면 성전환증 환자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에도 5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도 3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전환에 대한 각국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스웨덴 독일은 특별법을 만들어 성전환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법원의 판례(判例)에 따른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한다. 스웨덴은 1972년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의 성의 확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독일은 ‘인간의 성은 선천적이고 불가변(不可變)’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는 기본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뒤 1980년 역시 특별법을 만들었다.

▷어제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첫 결정을 내렸다. 여자에서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 씨가 호적상으로도 ‘남성’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성전환은 성형수술일 뿐이다”(성별 정정 불인정),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정정 인정)는 등 엇갈린 판결을 내려 왔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에 무게를 두었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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