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규진]일본의 黃金期

  • 입력 2006년 6월 24일 03시 12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를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당시 세계 각국은 케인스 정책을 통해 고성장을 누렸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자유방임 경제에 반기를 들고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를 통한 소득평준화 및 완전고용 정책으로 복지국가를 지향했다. 한마디로 ‘큰 정부’였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큰 정부’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일본 경제가 요즘 ‘작은 정부’로 황금기를 재현하고 있다. 2002년 2월부터 지금까지 53개월째 호황 행진이다. 관(官) 주도에서 민(民) 주도로 경제개혁을 한 덕분이다. 미국과 영국은 1980년대부터 이 전략을 썼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규제를 과감하게 없앴다. 일본은 우정(郵政) 민영화를 단행했다. 효과는 대단하다. 올해 일본 민간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4.5%로 집계돼 1989년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취업시장은 구직난에서 구인난으로 바뀌었다.

▷황금기를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그제 ‘경제성장 전략’을 새로 내놓았다.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연평균 성장률을 2% 이상으로 끌고 가는 내용이다. 잠재성장률이 1%인 점을 고려하면 고성장 전략이다. 민관학(民官學) 협의체를 구성해 첨단연구 성과의 실용화를 가로막는 제도개선과 규제완화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일본을 세계 최고의 기술혁신센터로 만드는 야심 찬 계획이다.

▷공무원 증원과 각종 위원회 늘리기로 ‘큰 정부’를 만든 노무현 정부는 잠재성장률 5%를 단 한 해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회복 기미를 보였던 경기도 원화 강세와 고유가로 다시 추락할 조짐이다. 노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경제도 조로(早老)현상을 보인다. 25∼49세 청장년층 인구가 2008년부터 줄어든다. 설비투자는 2001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0.3%에 그쳤다. 큰 정부를 만들어 관 주도의 전략을 택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쓰디쓴 정부 실패를 맛보았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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