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원인을 찾아낸 뒤 그에 따른 처방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덜렁 대책부터 결론 낸 것이다. 이래서는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늑장 대처로 식중독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보건당국의 무능도 한심하지만 한 술 더 뜨는 쪽은 ‘직영급식’만 이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다.
지난해 발생한 급식 식중독 사고 19건 가운데 12건이 급식을 직영하는 학교에서 일어났다. 직영이 꼭 안전한 게 아님을 말해 준다. 이번에야말로 급식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 점검과 감독이 이뤄지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짜야 한다. 직영급식이냐 위탁급식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럼에도 ‘위탁급식’을 ‘주범’으로 보고 그에 맞춰 대책을 세운 것은 현실을 잘못 짚은 탁상행정이다.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에선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배식과 검수에 동원되고 있다. ‘학교가 급식관리에 신경 쓰다 보면 정작 교육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학교 측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번 대책은 근본처방을 외면한 채 학부모와 학교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보건 당국이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함에 따라 사상 최악의 급식 사고는 영구미제(未濟)로 남게 될 전망이다. 3000여 명의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로 고통을 받았고 전국적인 ‘도시락 조달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학부모들에게 이보다 황당하고 분통터지는 결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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