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제목의 대중가요가 있거니와 민들레는 ‘안질방이꽃’으로 불릴 정도로 몸집이 작지만 홀씨는 반경 40km까지 퍼져나간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뿌리가 땅속 깊이 자라기 때문에 짓밟혀도 잘 죽지 않고 부러지면 줄기에서 젖빛 즙이 나온다. 어린잎으로는 나물을 해 먹기도 하고, 뿌리는 해열제로도 쓰인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해마다 4, 5월이면 하얀 꽃을 피워 내는 민들레는 ‘짓밟혀도 일어서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도 통해 노래나 시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런데 봄이 되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이 노란색 꽃이 우리의 토종 민들레가 아니라고 한다. 환경부가 ‘토종 민들레의 외래화 경향’에 대해 전북대 연구팀에 조사를 맡겼던 모양이다. 토종 민들레는 번식력이 더 강한 서양 민들레에 강제로 교배당한 뒤 잡종화(雜種花)가 됐다가 이제는 깊은 산골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땅에서 거의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한 유전자만 살아남는 유전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하지만 토종 민들레는 외래종에 밀려나면서도 그 ‘흔적’만은 남겨 놓았다. 외래종 유전자 속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긴 것이다.
▷서양 민들레가 토종을 밀어낸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한 번식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태계만큼 ‘정글의 법칙’이 분명한 곳은 없다. 그러나 서양 민들레가 처음부터 우성(優性)은 아니었다. 토종과의 교배를 통해 유전자가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일종의 ‘잡종 강세’인 셈이다. 가뜩이나 우리 것이 사라져 가는 마당이라 토종 민들레의 퇴장이 아쉽기는 하지만 식물조차 세계화(世界化)의 예외가 아님도 깨닫게 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