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종(種)이 미래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먼저 눈뜬 쪽은 M7이 아니라 G7이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생물 종을 분석하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종의 다양성이 높은 열대우림 지역에 앞 다퉈 뛰어들어 연구소를 차리고 관련 투자를 해왔다. 이름 없는 식물에서 암 치료제라도 발견되면 ‘대박’이다. 실제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심장병 약은 여러해살이풀인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생물자원은 미래의 식량문제 해결에도 하나의 희망이다. 쌀 밀 옥수수 같은 농작물은 모두 수확량이 많은 단일품종이라서 신종 질병이 번지면 피해 규모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줄무늬녹병 때문에 세계적으로 밀 생산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학자들은 터키산 야생 밀에서 추출한 유전물질을 이용해 이 병을 퇴치했다. 미국 아이다호 주 애버딘에 있는 미국 농업연구서비스 국립소립자곡물컬렉션이 4만3000종의 야생곡물 표본을 보관하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생물자원의 보존과 유전자 해독이 국가경쟁력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국가 생물자원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하지 못하면 한우(韓牛)의 유전자 정보를 먼저 등록한 어떤 나라가 한우를 자기네 소라 우겨도 할 말이 없게 되는 세상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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