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해외 부동산 투자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요즘 미국 뉴욕의 허드슨 강 바로 맞은편에는 ‘허드슨클럽’이라는 아파트 단지가 올라가고 있다. 344채인 이 아파트 매입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40만∼160만 달러에 이르는 분양대금을 척척 현찰로 내는 것이 한국인의 특징이다. 한국에서 전신환 송금을 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10일자 보도다. 아파트 분양회사의 부사장은 “천문학적인 돈이 한국에서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 많이 몰리지만 최근 다른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호주 일본 싱가포르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 대한 부동산 투자설명회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에는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건설사 등 100여 개 기관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일본의 쓰시마 섬(대마도)에는 ‘아름다운 섬 쓰시마를 가지세요’ ‘대마도에 별장을’ 등의 한국어 대형 입간판이 서 있다. 한국인 투자자를 겨냥한 부동산 광고다.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부동산 투자자금만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초까지는 해외에서 유학한 이공계 석박사의 60%가 귀국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귀국률이 30%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해외유출 핵심인력이 현재의 3만 명에서 10년 후엔 8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돈과 고급 두뇌들이 우리나라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남아 있는 국민이 더 행복해질 것인가. ‘경제의 후퇴, 국가적 퇴행’이 기다리기 십상이다.

▷뉴욕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움직임을 결코 장려할 수는 없다. 사실 미국은 부동산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환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나가겠다”는 움직임이 ‘노마드(유목민)적 역동성’ 때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체제가 변질되고 있다. 그래서 재산권이 위태롭다’는 불안감이 직접적 요인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부자 때려서 잘사는 나라 만들 수는 없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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