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포항 망칠셈인가” 시민들의 분노

  • 입력 2006년 7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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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기적의 상징인 포항이 이제 과격 시위의 대명사로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 1500여 명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지 일주일이 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노조의 점거가 계속되고 민주노총의 지지 시위가 이어졌다. 다른 쪽에서는 농성을 비난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노조와 시민이 대결하는 험악한 분위기로까지 발전했다.

급기야 정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조원의 자진 해산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점거 농성만으로도 모자라 노조원들은 진압하러 들어오는 경찰들에게 가스통을 이용해 불을 뿜고, 뜨거운 물을 쏟아냈다. 전경들이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점거 농성이 자진 해산이든 강제 해산 중 어느 방식으로 풀리든지 포항시의 이미지는 이미 크게 구겨졌다는 게 포항시민의 일반적인 정서다.

특히 노조원들이 노사 협상의 사측 당사자가 전문건설협회인데도 엉뚱하게 포스코를 볼모로 잡고 있는 데 대해 ‘관심을 끌기 위한 억지’라는 비난도 거세다.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의 한 상인은 “손님 한 명이 아쉬운 형편인데 파업이 도시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혀를 찼다.

포항향토청년회원들은 “포항이 망하든 말든 우리의 길만 간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노조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시민들의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해외 투자 유치 계획을 세웠던 포항시는 난감해하고 있다. 포항에서 발생한 농성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라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건설하겠다던 도시 발전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영일만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포항의 발전이 극단적인 파업 사태로 한순간에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이제 어디에 가서 포항을 포스코 본사가 있는 경북의 일등 도시라고 자랑하며 투자를 요청하겠느냐”고 걱정했다.

영일만 모래밭에서 포항제철소를 일으켜 40년 만에 포스코를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포항시민의 저력과 자부심이 오물로 뒤덮인 포스코 본사 건물과 함께 침몰하고 있다.-포항에서-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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