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후지와라]한-일 ‘北미사일 외교’ 한참 멀었다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고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도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북한에 대한 비난을 신중하게 회피한 반면 일본 정부는 국제적 비난의 선두에 섰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매우 공격적 행동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가을 미국이 금융 제재를 개시한 뒤 6자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렇다고 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6자회담의 교착은 북한에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효과를 줘 북한에 결코 불리하지 않았다. 국방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북한의 목적이 순수하게 방어적이라면 굳이 미사일 발사 연습을 할 이유도 없다. 미사일 발사는 금융 제재 해제와 경제원조를 요구하기 위해 선택한 군사적 위협 행동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사일 발사 연습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해 왔다. 예고 없는 연습이 공해상의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 운항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위력에 의한 강요를 묵과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미사일 발사라는 ‘벼랑 끝 외교’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적절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고 일단 단독으로 경제 제재를 단행한 뒤 안보리 결의를 요구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정부가 보여 준 행동에는 찬성할 수 없다. 강경한 결의를 요구한 뒤 각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 타협하고 결의안 내용을 완화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중국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면서도 결의안 내용을 바꾸지 않으려 했다.

일본 정부가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예견됐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해 경제 제재를 동반하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요구하고 이것이 무산되면 뜻이 맞는 국가들끼리만 연합해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은 북한의 배후에 숨어 있는 위협이고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양국도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방침이 실행됐다면 6자회담에 참여한 6개국은 북한-중국-러시아-한국 그룹과 미국-일본 그룹으로 분열돼 국제 위기가 오히려 확대되는 결과를 불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지 W 부시 정권은 강경론 대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정책을 채택했다.

즉, 중국에 대북(對北)정책을 전환하라면서 영향력을 발휘한 쪽은 미국이지 일본이 아니었다. 일중 정상이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돼 왔기 때문에 일본이 대중국 공작을 펼 기회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미일 양국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에까지 강경책을 펴는 환상을 품었던 볼턴 대사와 일본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외교로 곤란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을 과소평가했고 반대로 일본은 강경책을 주도해 실패했다. 국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위기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도, 전면 대결로 치닫는 것도 모두 잘못이다. 한일 양국이 각기 대조적인, 더구나 현실의 한 면밖에 보지 않는 외교로 일관하는 한 아시아의 국제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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