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전혁]전교조의 ‘비교육적’인 선거운동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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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곧 중요한 선거가 있지요”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지방선거는 지났고…, 보궐선거 말씀인가요”라고 되묻는다. 다시 필자가 “보궐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선거가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 “웬 선거냐”는 반응이다. “7월 31일 교육위원회 위원 선거가 있는데 모르시나요”라고 물으면 마치 처음 들어본다는 듯 “그게 그렇게 중요한 선거인가요”라며 의아해한다.

교육위원회는 교육·학문·예술 분야의 사무를 심사하고 의결하는 심의·의결기관이다. 한마디로 ‘교육계의 국회’와 같은 존재이다. 광역시도별로 구성된 교육위원회는 해당지역의 교육 관련 조례 제정, 학교와 교육청의 예산 결산에 대한 심사·의결, 학교 교육청 도서관 등 교육관련 기관의 설립과 폐지 및 각종 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대한 심사, 교육청과 학교에 대한 감독, 교육과 관련한 주민 청원의 수리 및 처리권 등 실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31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에서 총 144명의 교육위원을 선출한다. 참고로 서울의 경우에는 7개 권역(지역 교육청)별로 2명 또는 3명의 위원(총 15명)을 선출한다. 교육위원 선거는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학부모에게조차 낯설다. 그것은 교육위원이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학운위는 재학생 수에 따라 학교마다 9∼13명으로 구성되는데 학부모, 해당학교 교사, 그리고 지역인사의 비율이 각각 40%, 40%, 20% 정도다. 10명 기준으로 학부모 운영위원 4명, 교사 운영위원 4명, 그리고 지역인사 운영위원 2명꼴이다.

일선 학교에 대한 교육위원회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교육위원 선거에서 각종 탈법과 부정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게다가 간선제 방식이라 후보자별로 소위 ‘줄 서기’와 ‘줄 세우기’도 판을 친다. 후보들의 교육관이나 능력보다 학연 지연이 판치는 ‘비교육(非敎育)의 극치’가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위원 선거판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혼탁함은 기본적으로 ‘간선제’와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교육위원 선거방식에 기인한 바 크다.

교육위원 중선거구제는 예기치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조직화된 소수(小數)’가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후보가 난립할수록 소위 ‘조직후보’는 확실한 2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이러한 제도상의 맹점을 가장 잘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현 서울시 교육위원 15명 중 7명이 전교조 조직 위원이다. 학부모의 대부분이 전교조를 반대하고, 전체 교사 중 전교조 조직원이 2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절반에 이르는 전교조 교육위원의 수는 이 선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전교조 측은 이번 7·31 교육위원 선거에도 조직후보를 내고 출정식까지 치른 바 있다.

교육위원 선거 역시 공직선거법의 규제를 받는 정치행사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보자 외에 기관 단체는 물론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지지후보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단체 명의의 출정식까지 한 전교조는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전교조가 적어도 교육자단체(?)라면 반드시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전교조의 해명과는 별도로, 선거관리위원회도 위법 탈법 선거운동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착수해야 한다.

교육자치는 지방자치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하는 우리의 교육자치제도는 주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심각히 제한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 역시 주민자치 정신에 맞게 직선제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각 선거구에서 1명 이상의 교육전문가가 자동 당선되도록 되어 있는 ‘교원이기주의적’ 피선거권 제한조항 역시 고쳐져야 한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를 끝으로 조직화된 소수에게 빼앗긴 교육자치를 되찾아야 한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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