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한나라당 아저씨들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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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물난리 속에서 골프를 즐기는 ‘한나라당 아저씨들’을 찍은 사진 한 장. 퍼터를 들고 엉덩이춤을 추는 경기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동반 플레이어인 경기도당(道黨) 부위원장은 즐거움에 겨워 웃고 있다. 골프 삼매경(三昧境)이다. 중앙당이 ‘이재민 고통 분담 주간’(20∼30일)을 공표하고 골프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죽고 떠내려가고, 농경지가 쓸려가 주민이 통곡하는 가운데 벌어진 ‘웰빙 정당’의 신선놀음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를 ‘오만방자한 짓’이라고 성토해 끌어내렸던 제1야당 사람들이다. 수해지역 정선에서 ‘골프’만 친 게 아니다. 단양군수는 주민이 단수(斷水)로 고통받고, 복구 작업에 매달리던 날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자랑도 했다. 제천시장은 수해복구 작업을 등지고 휴가를 즐기다 눈총이 쏟아지자 이틀 만에 복귀했다. 어떤 시장은 유유히 중국으로 떠났다. 아, 한나라당 아저씨들!

▷지난달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세미나’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권력 잃은 왕족 같다”고 했고,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웰빙당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현실 안주(安住)와 조직의 경직성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수해복구 와중에 골프나 음주가무에 탐닉하는 ‘한나라당 아저씨들’의 정신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목 교수는 지지층의 편중 및 ‘차떼기당, 수구꼴통당’ 이미지를 씻어 내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충고했다.

▷‘개 꼬리를 굴뚝 속에 3년 박아 둔다고 족제비 꼬리 되는 게 아니다’는 말이 있다. 황모(黃毛)라고도 하는 족제비 꼬리털은 세필(細筆)을 만드는 재료다. 결국 개 꼬리털로는 붓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근 10년을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굴뚝’ 속의 암중모색이 빛을 볼 수 있을까. 물난리에 골프 치는 ‘개 꼬리’를 잘라 내고, 웰빙 체질을 바꾸기 전에는 힘들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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