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여행’이라고 할 때, 그것은 평면적이다. 그러나 ‘고고학 여행’이라고 할 때, 그것은 평면적이면서 동시에 수직적이다. 즉 여행은 어디엔가 목적지를 두고 두루 살피며 돌아다니는 것인데, 고고학 여행은 돌아다니는 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지적인 역사 탐험까지 병행하는 일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은 현재의 눈으로 확인한 유물이나 그림의 기호를 가지고 까마득하게 먼 수천 년 전의 과거를 조망하고, 그 숨소리를 현재화시켜 보여 주려고 노력한 책이다.
추리소설이 형사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미스터리 기법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면, 이 책은 고고학자와 미궁의 역사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의 줄을 이어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그 재미와 아울러 지적 충족감이 추리소설보다 더욱 진하게 전해 온다. 달리 표현하면,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고고학은 ‘퍼즐 조각 맞추기’이므로 그 느낌이 남다르다는 이야기다.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은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 가장 압권은 1권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유목민 문화의 상징인 나무와 새에 관한 추리적 해석, 2권에서 집요하게 추적하는 가야국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옥에 얽힌 물고기 문양(쌍어문·雙魚紋)에 관한 고고학의 지적 탐험이다.
특히 저자는 ‘김수로왕비의 혼인길’이란 책을 통해 쌍어문 문양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추적 과정을 역사 심리학적 접근 방법으로 보여줘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한다.
고고학은 문헌사학의 행간에 숨어 있는 미궁의 역사를 해석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문헌사학이 기록을 통한 역사 탐험이라면, 고고학은 발로 찾아가는 역사 탐험이다. 당연한 논리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이 병행되어야만 살아 있는 역사 찾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세계적인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은 어린 시절에 읽은 신화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이라 굳게 믿고 평생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여 신화 속에 묻혀 있던 역사를 사실로 바꾸어 놓았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피부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검다는 콤플렉스에서 출발하여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의 혼인길을 추적하였으며, 끝내는 쌍어문의 비밀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엄광용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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