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선장/김충식]선장(船長)

  • 입력 2006년 8월 7일 21시 45분


선원들은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날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악천후를 부르는 입방정이 될까 두려워서다. 휘파람도 불지 않는다. 바람을 부른다고 생각해서다. 생선을 먹을 때는 결코 뒤집어서 파먹지 않는다. 가운데 뼈를 들어내고 한 방향으로만 먹는다. 배가 전복된다는 암시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를 태우면 안 된다던 미신은 이제 사라졌다. 과학과 위성이 재앙을 막는다고 믿고, 장기 승선 때는 아내를 태워 주기도 한다.

▷선장석(船長席)은 아무나 앉지 못하는 성역이다. 최고책임자요, ‘왕’인 선장의 자리는 장난으로라도 걸터앉을 수 없다. 배 안의 위계질서는 그만큼 중요하다. 선상반란이라도 나면 선원 모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에 선장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선장은 법적으로 지휘명령권, 징계권에다 사법경찰권을 갖고, 심지어 사망자를 수장(水葬)할 수 있는 권리도 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호(號)’에 “바깥의 ‘좋은 선장’이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후보 인물난이 배경이다. 좋은 선장이란 리더십과 전문성이 기본인데, 선장감이 누군지 궁금하다. 선장은 막강한 권한 못지않게 무거운 의무도 지고 있다. 출항부터 입항 절차가 완벽하게 끝날 때까지 배 안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재선(在船) 의무, 위험이 닥칠 때 목숨을 걸고 갑판에서 직접 지휘해야 하는 위험 대처 및 지휘 의무 등이 그것이다.

▷조타실에서는 앞만 볼 뿐 돌아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돌아서면 배 앞에 펼쳐질지 모를 돌발 상황을 놓치기 때문이다. 반바지, 슬리퍼도 엄금한다. 반바지 차림은 고열 파이프에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슬리퍼는 위급 상황에서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밤에는 조타실의 불빛을 죽인다. 내부가 밝으면 바깥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여당의 ‘좋은 선장’이 밖에서 나오고 대선에서 통할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나온다면 노 대통령과 동류(同類)일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 노 정권 사람들이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데 국민은 지치고 화나 있으니.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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