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마술(魔術)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3분


1850년대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알제리에서는 ‘마라부트’라는 무슬림 신비주의 수도승 일파가 마법(魔法)을 이용해 독립운동을 자극했다. 조라스 알카팀이라는 인물이 이끄는 마라부트는 유리조각을 먹는다든가, 손을 갖다 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식으로 알제리인을 매혹시켰다. 알제리인은 마라부트의 명령이라면 당장 봉기할 태세였다. 당시 프랑스 집권자인 나폴레옹 3세는 알제리인을 무력으로 진압하기보다는 마라부트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로 했다.

▷1856년 알제리에 파견된 한 마술사는 수도 알제의 한 극장에서 여러 가지 신기한 마술을 선보였다. 그릇에서 사탕과자를 끊임없이 꺼내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또 힘센 남자 관객에게 무대 위의 나무상자를 들어 보라고 했다. 그 남자는 가볍게 상자를 들어 올렸다. 마술사는 이 남자에게 마법을 건 후 다시 해보라고 했다. 이번에는 아무리 힘을 써도 나무상자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뒤 알제리인들에게 마라부트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이 마술사가 바로 ‘현대 마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베르 우댕(1805∼1871)이다. 젊은 시절 시계 직공으로 일했던 우댕은 각종 기계장치를 능숙하게 다루었는데 이런 솜씨를 응용해 직업마술사가 되었고, 처음으로 전기를 마술에 이용했다. 마술 무대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트릭의 원조인 그는 광대복장이 아닌 검은색의 멋진 야회복 차림으로 공연한 최초의 마술사이기도 했다. 마술 트릭보다 더 대단한 것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알제리 혁명을 저지한 일이다.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25) 씨가 2006 세계마술사연맹(FISM) 마술대회 ‘제너럴 매직’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한국 마술계의 쾌거라 할 만하다. 이 씨는 훤칠한 외모에 트릭도 대단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마술’이라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속임수가 아닌 영혼이 담긴 마술’이다. 우댕의 마술은 알제리인의 봉기를 막았고, 이 씨의 마술은 현대인의 잃어버린 판타지를 자극하며 심신을 즐겁게 흔들어 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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