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여! 조국의 운명이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6·25전쟁이 터지자 많은 학생이 곧바로 전선으로 달려갔다. 학도호국단 출신으로 가장 먼저 자원한 ‘비상학도대’와 대전에서 편성된 ‘의용학도대’는 1950년 7월 19일 대구에서 ‘대한학도의용대’로 통합된다. 의용대 용사들은 국군 전 사단과 예하부대에 배속돼 낙동강전투, 북진(北進)전투 등에서 젊음을 조국에 바쳤다. 서울에서만 40개 학교의 171명이 전사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한국 중국 일본의 청소년 2939명에게 ‘전쟁이 나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일본 청소년은 41%가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답했다. 중국은 14%, 한국은 10%만이 같은 답을 했다. 반면 ‘외국으로 출국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한국이 10%로 가장 많았고 중국 2.3%, 일본 1.7% 순이었다. 남북 대치 상태에서 자란 우리 청소년의 반응을 곱씹어 보게 된다.
▷사회의 ‘안보 불감증’과 ‘애국 냉소병’이 청소년에게 전염됐을 것이다. 부모의 태도부터 자녀에게 반영됐을 터이다. 입으로는 나라 사랑을 되뇌면서 제 자식은 석연찮은 경위로 군에 보내지 않은 인사들의 행태도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없다. 이 조사에서 ‘정부는 항상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체로 그렇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중국 70%, 일본 13%, 한국 9%였다. 불신 당하는 정부가 청소년들의 애국심까지 약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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