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것은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차츰 늘어나던 오락실은 릴 게임이 본격 등장한 노무현 정부 첫해에 회심의 전기(轉機)를 맞게 된다. 릴 게임의 도박성과 중독성 ‘덕분에’ 오락실의 수익이 급격히 늘었다. 그해 문화관광부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오락기기 심의를 맡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릴 게임에 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당시 문화부 담당국장은 ‘인사 압력’을 거부했다고 해서 지난주 경질된 유진룡 전 차관이다.
▷‘바다이야기’는 오락실 업주들에게 최고의 효자상품이다. 2003년 4000억 원이던 오락실 매출액은 지난해 10조 원을 넘어섰다. 한적한 농촌에까지 오락실이 들어섰다. ‘땅 짚고 헤엄치는’ 황금시장을 보고만 있을 리 없는 조직폭력배들이 뛰어들었다. 경찰은 단속하는 시늉만 낸다는 말도 있다.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다. 성인오락실 이용자의 43%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계층이라는 조사 결과다. 오락실의 불빛이 화려해질수록 저소득층의 한숨소리는 깊어간다.
▷정부 여당이 오락실의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정권 내내 사태를 방치하거나 부추겼다는 얘기다. 그래서 ‘도박공화국’의 최대 공로집단은 참여정부라는 비판이 거세다. 유 전 차관이 릴 게임의 허가 연장에 반대했다가 정권에 밉보였다는 보도가 마침 나왔다. ‘바다이야기’ 관련자들에 대한 루머도 심심찮다. 어쩌다가 전국이 오락실로 뒤덮이는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할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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