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이해하기 20선]<3>다보스, 포르투알레그레 그리고 서울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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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反)세계화운동은 앞으로 진보운동의 핵심적 영역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전 세계적 사회정의운동 간의 갈등이 21세기 자본주의의 가장 치열한 전선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나 인식하듯 ‘반’세계화의 외침만이 아니라 ‘대안적’ 세계화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진지한 대안의 고민과 제시 없이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기대로만 그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요즘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은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형태로 전락한 느낌이다. 세계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풍요를 가져오는 선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분열을 가져오는 악으로 비쳐 둘 사이에 더는 진지한 토론이나 타협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일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인간의 삶을 개선한다는 데 대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시민운동가나 노동자단체 대표들은 세계화가 세계 곳곳에서 생존권을 위협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며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를 둘러싼 이러한 낙관적 확신과 정서적 반감 사이의 충돌은 최근 서울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다보스, 포르투알레그레 그리고 서울’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은유한 것이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로 덧칠된 세계화의 실상을 한 꺼풀씩 벗겨 내면서 그 과실과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 자본자유화와 무역자유화가 정말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됐는지, 빈곤 감소와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많은 경제학적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정리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찬성하거나 반대하여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 끌어 가기 십상인 다른 책들과는 달리 세계화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해 치밀한 분석 결과를 기초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중립적 입장에서 연구 결과들을 단순히 정리하는 데 그친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비판의 칼날은 많은 부분 정형화된 세계화 옹호론을 향하고 있다. 섣부른 금융개방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제적 불안정의 심화 가능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할 뿐만 아니라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무역자유화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세계화 논쟁에 대한 저자의 비판의식은 세계화 반대론에 대해서도 살아 있다. 예를 들어 세계화가 임금격차를 확대하고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삶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고 다분히 감정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비판이 양쪽 모두를 향하고 있다면 세계화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더 나은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화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며, 또 역사의 필연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화의 속도와 방향을 어떻게 조절하고 그 부작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 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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