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처럼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가난할 때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든 돈을 벌어 잘살아 보겠다는 생각에서 우리 사회는 경제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순수 과학은 경제를 살리고 돈이 되는 응용과학 기술에 비해 국가 시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경제로는 세계 11위의 대국이 되었지만 순수 과학의 발달을 가늠하는 지표 중의 하나인 노벨상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마치 벼락부자가 된 졸부가 돈은 많지만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순수 과학은 응용과학 기술의 길라잡이가 되어 미래의 응용 기술을 이끌어 낸다. 온갖 기술의 기본 체력이기도 한 순수 과학은 그렇기 때문에 음악, 영화, 미술처럼 우리 사회 문화의 한 축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순수 과학에 대한 이해 부족을 나타내 주는 한 실례가 있다.
137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할 때 그 창세기의 빛이 지금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로 시작되는 바로 그 태초의 빛이 우리 주위에, 그냥 굳은 화석(化石)처럼 화광(化光)이 되어 우리 코앞에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은 아마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설명한다면 이렇다.
90분마다 지구 상공을 한 바퀴 돌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 팽창 속도를 스피드건을 이용해 과속 차량의 자동차 속도를 재듯이 재어 보면 현재의 거대한 우주는 태어나서 137억 년이 걸려 현재 크기의 우주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7억 년 전 자몽만 한 크기의 우주가 팽창하여 지금의 거대 우주가 된 것이다.
초기 우주에는 현재 우주 속에 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열에너지 형태로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따라서 당시 우주의 온도는 수십억 도가 넘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팽창하면서 조금씩 식어 현재 태양 표면 온도 정도가 되었을 때 우주는 이글거리는 태양빛과 같은 빛으로 뒤덮였다.
그 뒤로 우주는 팽창과 더불어 열에너지가 큰 공간에 퍼지면서 평균 온도는 내려가 차디찬 현재의 우주 공간을 만들어 냈다. 창세기의 뜨거운 빛은 지금은 식어 버렸고 빛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 형태로 이 세상을 온통 덮고 있다.
물질을 잘게 쪼개면 ‘원자’라는 알갱이가 되듯 이 ‘빛의 마이크로파’도 잘게 쪼개면 ‘빛의 알갱이’가 된다. 그래서 우리 눈앞의 공간을 두 손을 모아 가두어 보면 그 속에는 500개의 태초의 빛 알갱이가 들어 있다.
왜 우리 국민이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어렵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쓸모 있는 지식인 과학을 모아 알리는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칭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 같은 것을 벌여서 과학의 대중화를 이루어야 우리나라에서 과학의 기초 체력이 생기고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마치 돈만 많은 졸부가 아니라 마음도 풍요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제완 서울대 명예교수·과학문화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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