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은 밥 우드워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다른 면모를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소속인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폭로의 주역답게 백악관의 심장부를 어슬렁거리며 은밀한 내용을 건져 올린다. 반면 뉴욕타임스 소속인 프리드먼은 국제 칼럼니스트답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계를 관통하는 메가트렌드(mega-trend)를 포착해 낸다. 우드워드의 핵심 역량이 정보력이라면 프리드먼은 통찰력이다.
1981년부터 베이루트 특파원과 지국장을 지낸 프리드먼의 첫째가는 관심사는 세계 최대의 분쟁지역인 중동이었다. 1989년엔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를 펴내기도 했다. 난마처럼 얽힌 중동 분쟁의 연원을 파헤친 역작이었다. 그 후 지역적 관심사가 넓어지면서 그는 중동지역의 종족 보호주의와는 다른 세계화의 물결을 느끼게 됐다. 그 결과 1999년 빛을 본 것이 바로 이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이다. 책 제목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는 각각 세계화와 종족 보호주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렉서스는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세계적 브랜드이고 올리브는 중동의 대표적 수종(樹種)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이 두 가지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렉서스, 즉 세계화의 승리를 점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일시적인 추세나 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 체제를 대체하고 들어선, 오늘날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국제 시스템이다. 두 권에 총 837쪽(번역본 기준)에 이르는 이 방대한 책은 세계화에 관한 현장 보고서이다. 세계화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고,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또 무엇이 세계화를 위협하는가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통찰력이 더욱 빛을 발한 사건은 정작 책 출간 2년 뒤 벌어졌다. 미국 국민을 비롯해 세계인들을 경악시킨 9·11테러였다. 세계화의 상징물인 세계무역센터를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들이받은 사건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충돌 그 자체였다. 그 이상 이 해괴한 사건을 잘 설명할 가설은 없었다.
반면 도발적인 이 책은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 책에는 골든 아치 이론이 등장한다. 골든 아치는 맥도널드 햄버거의 상징 조형물이다. 그러니까 맥도널드 햄버거가 진출할 정도로 세계화 체제에 편입돼 있고 중산층이 넓게 포진한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유고연방 해체 이후 맥도널드 가게가 널려 있던 코소보에서 벌어진 사태는 이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다(2000년 개정판에서는 이에 대한 프리드먼의 반론이 실려 있다). 기자의 글답게 생생하고 흥미롭지만 하루가 다르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화를 체계화하는 데는 미진하다는 느낌 역시 강했다. 뭔가 속편이 나올 것을 예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 속편에 해당하는 책이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는 평평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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