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인 호랑이 한 마리는 최소한 250마리 이상의 피포식자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구소련 학자들은 시베리아에 250마리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무르호랑이가 생존하려면 약 570만 ha에 이르는 보호구역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한의 면적이 약 940만 ha니까 호랑이 보호구역에 필요한 넓이는 상당히 방대한 규모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한반도에서는 백두산호랑이가 생존할 수 없다. 설령 밀렵꾼이 없어도 산이 뚫리고 도로가 종횡으로 나 있어 생존구역이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비단 호랑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에게, 더 나아가 나라나 민족도 일정한 생태환경이 충족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이런 생존조건들의 집합을 나는 ‘트렌드 생태계’라고 부른다. 만일 이 트렌드 생태계의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면 우리는 심각한 생존위기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도 ‘포식자 미국’의 관점에서 본 트렌드 생태계의 변화다. 저자는 미국이 곧 생존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브릭스(BRICs)’라 불리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의 성장이 지구촌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구매력지수를 기준으로 2025년이면 중국은 미국과 맞먹고, 인도는 제3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결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불과 20년도 안 되는 가까운 미래의 일이다.
이런 생태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국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예컨대 저자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달러의 단일통화구역으로 포섭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 친미성향의 일본은 물론이고 장차 인도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심지어 러시아를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지구촌 생태계에서 차지할 중국의 위상을 미국인들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등극이 예상되는 중국에 대한 고립 전략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사실 미국 이상으로 생존의 위기에 빠진 것이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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