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로 한국 시위대의 해외 원정시위 모습을 볼 때면 국내에서의 버릇이 나올까 봐 걱정된다. 작년 12월 홍콩에서도 마지막 날 폭력시위로 1000명이 연행돼 결국 악명을 떨쳤다. 최루액을 막는 투명 랩을 눈에 붙이고 곤봉을 피해 가며 경찰의 방패를 빼앗기도 했다. 인터넷에 떠 있는 이런 사진들은 무용담(武勇談)의 증거물이 아니라 부끄러움의 소재다. 원정시위대가 6월 미국 워싱턴 시위 때 시간과 구역을 지킨 것은 미국 경찰이 무서운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시위용품의 개량 속도도 빠르다. 작년 울산플랜트노조 집회에선 2, 3m 길이의 쇠파이프를 장착한 ‘수레전차’도 나왔다. 1.25m의 경찰봉은 2.5m짜리 죽창, 1.5m의 쇠파이프 앞에선 쓸모없는 소지품일 뿐이다. 수년간 폭력시위 건수는 줄었지만 극렬 과격시위가 늘어 경찰 부상자가 급증했다. 1999년엔 ‘무(無)최루탄’ 원칙과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2000년엔 여경을 동원한 ‘립스틱라인’을 도입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경찰청이 ‘과격 폭력시위가 발생할 경우 최루액을 쏘고 시위대를 현장에서 검거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한참 때늦었다. 7년 만에 최루액을 재등장시키려 하자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단골 시위단체는 “시위가 더 과격해지고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루액 재사용이 검토되는 것은 결국 이들의 과격성 때문이다. 법치(法治)와 국기(國基)와 시민의 생활권 등은 폭력 시위대가 추구하는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 공권력이 비겁하면 나라가 무너진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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