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이해하기 20선]<8>도둑맞은 세계화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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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화의 힘을 조정해야 하며, 그 가차 없는 발전을 추구하되 그 제도들을 뒤집어엎고 우리 자신의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의도한 결과건 아니건,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에 대한 비합리적 충성심에 인류가 더 이상 속박되지 않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본문 중에서》

사회학자 필립 맥마이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시장원리를 보편적 사회규범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기획’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기획은 당연히 기획 주체 세력의 특수 이익을 대변한다. 한국에서, 세계화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망토를 쓰고 황망 중에 찾아온 탓에 따져볼 틈도 없이 국익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조지 몬비오의 ‘도둑맞은 세계화’는 기존 세계화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반세계화론의 한계를 꼼꼼하게 지적한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 원리를 바탕에 둔 대안적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기획한다. 소극적 의미의 반세계화 운동조차 그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우리 실정에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적 세계화 기획은 버겁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계화가 역설적이게도 기득권 세력의 문제점들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지구적 민주주의 혁명’의 여건을 조성했다는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면 버거움은 줄어든다.

저자는 특히 국민국가의 정치적 왜곡에 주목한다. 그동안 국민국가는 빈곤, 환경, 노동, 불평등 등 세계적 수준의 문제들을 국가 차원의 것으로 협소화시킴으로써 해결을 미룰 수 있었다. 국가가 행사하는 배제와 차별의 논리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이제 세계화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 전체를 하나의 종으로 볼 수 있게 하여,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기획의 실마리를 인류가 발견한 ‘가장 덜 나쁜 제도’인 민주주의에서 찾는다. 진정한 세계화는 민주주의 원리를 국민국가라는 낡은 범주를 넘어 세계적 수준에서 제도화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압의 시대’에서 ‘동의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이제까지 세계화는 시장주의 이데올로기를 보편화하려는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선진 강대국 그리고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저자는 위로부터의 정치적 기획인 현 세계화에 대항해서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기획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세계의회,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을 박탈한 유엔총회, 채무 축적을 예방하는 국제청산동맹, 그리고 공정무역기구의 설립 등이다. 각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전략과 문제점들을 제법 상세히 검토하여 설득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화에 대한 반대는 주로 국가주의 모델에 기반하고 있었다. 세계 시장의 전횡적 힘에 대해 국가가 일정한 보호막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몬비오는 이러한 일반적 시각을 전복한다. 그가 보기에는 오히려 국가가 민주주의 원리를 왜곡하고, 민중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세계주의적 민주주의 제도를 만드는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낯섦은 그의 성실한 분석에 의해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 분석에서 종종 드러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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