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노조원들이 최근 강성 집행부를 91%의 다수 의사로 갈아 치우고 노사 상생(相生)을 선언했다. 회사는 ‘부부 같은 노사관계’로 바꾸겠다고 화답했다. 노조는 거래처 90여 곳에도 “안정된 노사관계로 거래처에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더 시간을 끌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노조원들 사이에 퍼지면서 ‘혁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로 12년째 무분규 행진을 하고 있는 울산의 현대중공업도 일찍이 같은 길을 걸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붉은 조끼와 복면,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과격 노동운동의 ‘메카’였다. 그런 노조가 ‘변절’을 택했다. 그 대가로 2004년에 민주노총에서 제명까지 당했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자살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반(反)노동자’ 혐의였다. 회사로 몰려온 민주노총 극렬 조합원들의 돌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회사 노조에 요즘 격려 편지와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포항건설노조의 장기 파업,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 파업’, 병원노조의 총파업 등이 늦더위를 더욱 짜증스럽게 한다. 이런 때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의 변신과 현대중공업의 무분규 행진은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다. 코오롱 공장 노조는 전임자를 9명에서 5명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사교섭위원을 예년의 절반인 11명으로 줄였다. 1명이라도 더 생산에 참여하자는 뜻이다. 노사 윈윈이 기대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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