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또는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혹자는 지구화가 엄연한 경제적 강제이자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혹자는 지구화가 아무런 내용이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견지하고 있는 입장은 지구화 현상이 외면하기 어려운 역사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만들어 낸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이자 결과로 지구화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지구화의 특징으로 저자는 국제적 경제관계의 연결이 심화되는 과정, 선진국 기술 패러다임의 확산, 무엇보다도 금융 부분의 통합과 불안정, 초국적 기업의 득세, 지구적 규모의 불평등, 지역화 등을 들었다.
저자는 이를 신자유주의적 프로젝트로 규정하며 여기까지 이르게 된 20세기 자본주의의 흐름을 개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금시대는 역설적이지만 평화를 가능케 했던 냉전체제, 미국 패권의 존재, 기술 패러다임으로서의 포드주의와 국가 개입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케인스주의가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생산성 악화와 이윤율 저하를 초래했고, 석유위기로 인해 1970년대 들어서면서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국가 규제와 인위적 수요 창출, 만성적 재정적자, 이윤율의 하락이라는 한계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원칙으로 시장의 원리를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 생산 장려, 이것을 실현할 인프라로서 조세 및 통화제도 개혁, 정부 개입 최소화 등이 주창되었으며 그 결과 초국적 기업의 등장, 막강한 금융 자본의 지구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포스트 포드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대차대조표는 불만스럽다.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부를 축적한 소수, 지구적 규모의 금융 불안정과 대량 실업 때문에 훨씬 고통스러워진 다수로 양극화되었다. 그리고 그 근원은 바로 모든 지구화에 앞서는 금융의 지구화, 생산이나 소비와 별개의 영역으로 자립해 버린 화폐, 금융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시대의 불행을 낳는 자본, 특히 금융 자본의 지구화에 대응하여 대안적 지구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진정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김동택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교수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