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장애인 권리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장애는 신(神)의 뜻도 인간의 뜻도 아니다. 그리고 본인의 뜻과도 관계없이, 장애는 난데없이 불운(不運)으로 덮쳐와 평생 불편을 강요한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걷기 어려운 장애에서 정신 장애에 이르기까지. 그 장애인들은 종신토록 보통사람들처럼 즐기지도, 대우받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구조적 불평등’의 멍에를 지고 사는 인구가 전 세계의 10%쯤이라고 한다.

▷25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환호와 박수, 감격의 눈물이 엇갈리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유엔의 이름으로 장애인 권리협약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장애여성 및 장애어린이 보호, 장애인에 대한 비인도적 대우 금지 및 인권보호, 장애인 평등권 보장,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이동권(移動權) 보장 등을 골자로 한 협약이다. “오늘은 유엔과 장애인들에게 위대한 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 행사였다.

▷국내의 장애인 인구는 대략 215만 명으로 100명당 4.6명꼴이다. 보건복지부의 이 통계에 의하면, 놀랍게도 태생적 장애보다 태어난 이후 질병과 사고로 생긴 장애가 89%에 달한다. 각종 질환에 제대로 대처하고, 안전사고 교통사고 등을 방지하면 그만큼 장애도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아무튼 이런 장애인의 35%가 남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곤란하다. 재활보조기구가 필요해도 돈이 없어 못 사는 사람이 60%에 달한다. 장애인의 생존 환경을 웅변해 준다.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만이 갖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나온 혼란이 마침내 가라앉게 되었다. 국회는 29일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핸디캡’이라는 말부터가 보통 사람보다 원천적으로 불리하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장애인의 불편과 고통을, 장애가 없는 쪽에서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회여야 한다. 누구나 ‘예비(豫備) 장애인’이고, 누구도 집안 후대(後代)의 장애를 피한다고 단언할 수 없기에.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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