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짐승의 이름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그 짐승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직접 투자, 다국적 회사, 다국적기업…. 미국 기업 괴물. 그 이름이 어떠하든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그 짐승은 몸집이 크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
위의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화는 이미 강자에게 유리한 룰에 따라 약소국에는 불리한 경쟁을 강요하는 세계 자본과 노동력의 착취 과정이며 초국적기업이란 이러한 악역을 충실히 수행하는 주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진영의 대립을 보면 양측은 갖가지 데이터와 사례 등을 들어 가며 FTA 체결의 당위성 혹은 불가(不可)를 주장하고 있다. 골 깊은 양자 간 대립을 이해하려면 먼저 세계화, 더 핵심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에 대해 어떤 시각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특정 국가의 이해를 떠나 세계 전역에 걸쳐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초국적기업의 실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저자는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을 동시진행형이자 자웅동체로 보고 있다.
저자는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을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본국의 기반을 바탕으로 자본 축적을 세계적 규모에서 수행하며, 이러한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과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s)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초국적기업이란 개념을 강조한 이유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그 역할과 비중, 영향력이 커진 기업과 국가 간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해서다.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를 떠나 수익과 비용 측면을 고려해 자본 축적이 더욱 용이한 지역으로 무한정 진출하고자 하는 초국적기업이야말로 지금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한 대부분의 기업이 바로 초국적기업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후진국의 경제 규모를 쉽게 능가한다. 특정 기업의 움직임은 세계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초국적기업은 기업인들에게는 꿈이자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의 활동이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후진국의 국가경제가 이들 기업에 예속된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문지원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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