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세계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걸어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 이는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심각하게 좌초하더니 얼마 전에는 아예 공식으로 중단돼 버린 데서도 알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반발과 세계 시민들의 저항에 부닥쳐 세계화가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세계화가 주로 선진국과 기업을 위한 것이며, 세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더욱 갈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뛰어넘어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 책을 집필한 ‘세계화국제포럼’은 1994년 출범한 조직으로 각국의 연구자와 활동가로 구성된 세계적 네트워크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먼저 세계화가 어떻게 세계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실패했는지를 살펴본 뒤 민주주의 지역화 지속가능성 등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원칙들을 선언한다. 이런 원칙에 기초를 두고 저자들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 지닌 중요성과 지역적인 경제 관리의 의의를 강조한다. 에너지 제조업 미디어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새로운 대안의 운영원리도 제시한다.
구체적 대안으로는 환경 보호, 공정무역의 실현, 지역농업의 보호 등 다양한 영역의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수평적 시민운동’과 인도의 ‘생태환경 운동’에서 미국의 ‘지역농업 운동’과 이탈리아의 ‘슬로 푸드 운동’, 그리고 세계적인 ‘공정무역 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싹트는 대안적 사례들을 담았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소비자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고, 공정무역을 지지해 주고, 노동자 소유의 협동조합을 결성해 운영하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국제적인 교류에도 적극 참여하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뭔가 기여하고 싶다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실천해 볼 만한 제안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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