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이해하기 20선]<18>문명의 붕괴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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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의 원인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그 해결의 주체도 우리일 수밖에 없다. 당장에 환경 훼손을 중단하고 해결에 나설 것이냐, 아니면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요컨대 미래의 운명이 우리 손 안에 달려 있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일 뿐이다. 해결책은 지금도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그 해결책을 적용하려는 정치적 의지이다. ―본문 중에서》

인류의 첫 밀레니엄이 생존을 위한 적응으로 시작됐다면, 다음 밀레니엄은 개발로 인한 착취로 마감됐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생이 강조되는 이유도 지난 역사의 교훈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자는 데 있다.

실상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문명이 부침성쇠를 겪어 왔다. 그러나 어느 사회는 지속하였고, 어느 사회는 쇠락하였다. 이 책은 문명사의 관점에서 지난 사회들이 성공하고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료조사에 입각해 과학과 역사를 접목함으로써 파괴된 문명의 역사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시사점을 찾아내려 한다.

저자는 핵전쟁이나 새로운 질병도 문제이지만 환경파괴(ecocide)가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에 걸쳐 열두 가지 요인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산림과 서식지 파괴, 토양 침식과 비옥도 저하, 물 관리의 악화, 지나친 사냥과 고기잡이, 외래종에 의한 토착종의 구축, 인구폭발, 사람의 영향 등 8가지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현재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 자연환경에 축적된 유해 화학물질, 에너지 부족, 지구의 광합성 역량을 극한까지 사용하려는 인간의 욕심 등 4가지가 추가된다.

환경파괴, 기후변화, 적대적인 이웃,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여러 문명의 역사적 운명을 가로질렀다. 산림파괴에 따른 이스터 섬의 붕괴, 무역상대국의 쇠퇴에 따른 피케언 섬과 헨더슨 섬의 붕괴, 환경훼손 인구폭발 기후변화로 인한 마야의 붕괴가 주요 사례다.

현대 세계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비틀거리는 중국이나 지나친 채굴에 따른 재생 가능한 자원을 고갈시키는 호주 등이 그렇다.

오늘날 문명 붕괴의 조짐은 제3세계뿐만 아니라 지구촌 여러 곳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남아시아의 지진해일(쓰나미)이나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피해, 중국 쑹화(松花) 강 오염이 좋은 보기다. 최근 한반도의 허리를 강타한 폭우, 유럽과 미국을 휩쓴 폭염, 중동과 아시아에서 그치지 않는 지진을 보더라도 환경훼손과 자연재해의 연관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면 범세계적 생태 위기 아래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저자는 환경파괴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인간의 결단을 촉구한다. 환경파괴는 세계화와 관련이 깊다. 세계화를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기회로 볼 수 있는 안목과 실천이 필요하다. 저자는 ‘신중한 낙관주의자’로서 인류가 세계화를 잘 활용한다면 전 세계적 붕괴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점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을 적으로만 보지 말라는 권고다. 효율적인 환경보호 대책을 실현하는 기업이 있듯 이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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