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보다 더한 ‘세계화’ 놓쳤다
‘큰 정부’ 중에서도 최대치를 고수하는 이런 사회제도를 공산주의라고 한다. 우리 정부보다 머리가 나쁘지 않았을 옛 소련은 경제를 지탱하지 못해 무너졌다. 중국은 자본주의로 변신했고, 사회민주주의 유럽 국가들도 시장에 더 많은 자유를 주는 신자유주의로 속속 돌아섰다. 지난주 ‘복지 천국 스웨덴’ 총선에서의 우파 승리가 이런 변화의 결정판이다.
이를 세계화의 영향이라고만 한다면 더 근본적인 변환을 놓칠 우려가 있다. 세계화라는 번역도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쓸 때처럼 밋밋해서,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의 전 지구적 변혁을 담아 내기엔 미진하다.
지금 벌어지는 세계화는 2000년 이전의 세계화와도 다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은 “중국 인도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경제 진입으로 전례 없는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노동인구가 별안간 30억 명으로 급증했는데 과거의 공식과 이념이 맞을 리 없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날개는 갈수록 울트라 슈퍼 다이내믹해진다. 우리나라를 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동운동이 힘을 잃고, ‘퍼 주는 복지’가 ‘일하게 만드는 복지’로 야박해지고, 엘리트 교육이 치열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사실은 그 덕에) 세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3.2%씩 늘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1세기 첫 10년간의 경제성장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빠를 것”이랬다.
노무현 정부 집권 3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아시아 14개국 중 13위다(3.9%·아시아개발은행). 같은 ‘아시아 4룡’이던 싱가포르(6%), 홍콩(6.4%), 대만(4.5%) 모두 우리보다 앞섰다. 특히 싱가포르의 변신은 눈부시다.
“앞으론 중국이 못 하는 일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본 리콴유 선임장관은 미래의 경쟁력 전략 ‘싱가포르 21’에 따라 1998년 대대적 경제개방을 했고, 경쟁과 학교 평가를 핵심으로 공교육 개혁에 나섰다. 그러고도 2001년 경제침체를 겪었다. 고부가가치 제조업 수출로는 안 된다는 교훈에 다시 생존 전략을 짰다.
지식경제로도 2% 부족했다. 중국이 약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겨냥해 생명공학 분야의 초국적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세계의 최고 인재를 모으고 이들이 돈도 벌고 쓰면서 눌러 살도록 최고의 기업·생활·교육환경을 만들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집계한 2005년 글로벌지수 1위가 입증한다. 우리나라는 30위다. 2년 전보다 두 계단 떨어졌다.
거꾸로 가려면 혼자서 가라
“세금 많이 걷어 퍼 주는 큰 정부는 수구 좌파(Old Left)지만 작고 친기업적인 정부는 제3의 길”이라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말이 맞는다면, 우리의 지배계급은 수구 좌파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다는 점에서 강성 노조와 다를 바 없다. 큰 정부라도 싱가포르처럼 유능하면 또 모른다. 아시아 허브가 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았어도 싱가포르는 어느새 글로벌 도시다.
수구 좌파는 경쟁력을 키워 잘사는 세계화를 죄악시한다. 일할 의지나 일자리가 없어도 고르게 사는 아름다운 나라를 꿈꾼다. 세계와 거꾸로 가려는 사람들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 바란다. 기러기 가족을 감수하면서, 형편껏 사교육을 시키면서 나름대로의 세계화에 허덕이는 국민이 그들의 복지를 위해 세금을 바칠 순 없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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