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허가 배경은….
“군산시의 재정자립도는 26%에 불과합니다. 군산을 인구 50만 명의 국제관광기업도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현안 사업을 해결할 묘책이 없어요. 게다가 직도는 지금까지 35년 동안 한미 공군의 사격장으로 계속 사용돼 왔습니다. 우리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정부가 직도 관리권을 산림청으로 넘겨 허가를 받고 WISS 설치를 강행해 버리면 우리는 지원도 받지 못하고 관리권도 뺏기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현실을 고려했습니다.”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해 앞으로 갈등의 소지가 큰데요.
“시간이 촉박해 충분히 여론 수렴을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직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 결과 국가안보와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국방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 측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군산시는 지난해 적극적으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나서 주민투표에서 80%가 넘는 찬성을 얻었지만 경주에 이어 2위에 그쳤습니다. 그 뒤 유치 실패 책임론과 찬반 양측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는 분열과 반목을 남겼을 뿐입니다.”
군산시는 직도 문제와 관련해 “시민 3550명을 상대로 자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0∼80%가 찬성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25일 기자회견장에서 민노당 오은미 전북도의원 등은 문 시장에게 “직도를 3000억 원에 팔아넘긴 시장”이라며 “미군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지 모르는 직도폭격장을 허가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대책위 20여 명은 25일부터 군산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의혹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민관군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일정 기간마다 비행횟수와 고도 및 노선,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을 조사하기로 국방부와 합의했습니다.”
문 시장은 직도사격장이 WISS 설치로 연습탄을 많이 써 매향리사격장보다 실탄 사용량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을 믿고 싶다고 했다. 국방부는 군산시에 휴일에는 사격연습을 하지 않고 군산 공단과 새만금 관광시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행 궤도를 바꾸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군은 직도에 27억 원을 들여 연말까지 철탑 3기와 카메라 5기, 표적지역 등을 조성한 뒤 한미 공군이 각각 70 대 30의 비율로 사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 약속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습니까.
“기획예산처가 금명간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을 보면 지원 여부가 드러날 겁니다. 12일 총리실과 중앙부처 합동회의에서 지원을 약속했고 공식 허가 발표 이후 국방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로부터 정부가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군산시는 직도사격장에 산지전용허가를 내주는 대신 고군산군도 도로 연결과 바다목장 조성사업 등 14개 지역현안 사업비로 2조2000억 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12일 7개 사업비 2100억 원을 제시했고 군산시가 반발하자 1300억 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자동채점장비(WISS):
공군전투기가 훈련용 연습탄이나 실제 폭탄을 투하했을 때 카메라가 물체의 떨어진 지점을 포착해 표적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점수를 매기는 장치. 미 공군은 조종사에 대해 채점기능이 완비된 사격장에서 연습했을 때만 훈련 성적으로 인정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군사격장에 이 장비가 설치된 곳은 강원도 필승사격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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