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낙하산’ 착륙비용

  • 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노무현 정부 들어 훨씬 커진 ‘공기업 낙하산 인사(人事)’ 소음 탓에 노 정권 지지층도 고개를 돌렸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노 정권이 속으로는 멍이 들었겠지만, 낙하산의 착지(着地) 실패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상임감사 후보였던 김모 회계사의 임명 불발 등 몇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낙하산 시비 때마다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 일을 더 잘한다”거나 “코드인사는 정치 현실”이라고 하는 청와대 측의 강변에 국민이 ‘아, 그래요?’ 하며 속는 것은 아니다.

▷숱한 ‘낙하산’의 착지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직원이나 노조원들은 일단 ‘거부 투쟁’을 한다. 그게 실용적인 대응이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했던가. ‘낙하산’과 노조위원장은 폭탄주를 매개로 ‘형님’ ‘아우님’ 하면서 ‘한 배’ 탄 사람들을 위한 ‘축제’ 계획을 흥정한다.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기관장의 임기에 맞춰 3년에 한 번꼴로 오는 ‘대목’에 노조원들에게 줄 선물을 따내야 한다. ‘급(級)도 안 되는 낙하산’이면 선물보따리가 더 커진다. 낙하산과 노조의 ‘우리끼리’를 위한 거래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이다.

▷낙하산의 선물은 ‘경영 불합리화’로 연결된다. ‘신(神)이 내린 직장’도 모자라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감사원의 여러 지적 사항에 대해 “노조와 협의할 사항이라서 금세 못 고친다”고 뻗댔다. ‘공기업 개혁’이 안 되는 것은 낙하산과 강성노조의 야합 때문이라는 세간의 지적이 딱 맞다. 이에 따른 경영 부실화의 덤터기도 물론 국민이 덮어쓴다.

▷열린우리당과 기획예산처가 어제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노동계 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20인 위원회에 노총 대표 1명을 모셔 놓고 노동계로부터 ‘낙하산 인증’을 받을 생각인가. 현재의 11인 위원회에서는 민간인 5명이 장차관 6명에게 녹아났으니 앞으로는 노조 대표라도 낙하산을 막아 보라는 소리인지, 노조를 일찌감치 제도적으로 구워삶겠다는 계산인지 헷갈린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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