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셀(sell) 코리아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매일 거래 종료 후 발표하는 ‘외국인투자가 매수 매도 동향’ 자료는 투자자들에겐 필수 정보다. 외국인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주식의 37.6%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따라하기’로 재미를 본 ‘개미’ 투자자도 많다. 이런 외국인투자가가 5월 이후 계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만 미국과 영국에서 온 자금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셀 코리아(sell Korea)’를 하고 한국 증시를 떠난 외국 자금은 무려 9조5213억 원으로 하루 500억 원꼴이다. 대부분 차익을 먹고 떠났다. 투기성 자금인 헤지펀드는 이미 국내시장에서 발을 뺐고 일부 뮤추얼펀드의 탈(脫)한국도 확인되고 있다. 때마침 중국 궁상(工商)은행이 27일 세계 최대인 190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어 신흥시장 투자자금 중 상당액이 이쪽으로 쏠린 탓도 있다.

▷외부 요인만 탓할 게 아니다. 국내에선 되살아날 줄 모르는 경기(景氣),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에다 북한 핵 변수까지 터졌다. 이런 골칫거리들이 얽혀 한국의 투자 매력을 갉아먹는다. 증시 전문가들은 “궁상은행 기업공개 후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길 바라는 것이 고작”이라고 말한다. 주가지수가 높다며 “경제는 좋고요”라고 말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치적’ 자랑을 또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감소세다. 9월까지 75억 달러가 들어와 작년 동기보다 2.3% 줄었다. 외국기업의 공장 설립 건수는 늘었지만 대형 인수합병(M&A)이 급감한 탓이다. 반(反)외자 정서도 원인으로 꼽힌다. FDI는 각국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는 ‘경제월드컵 종목’의 하나다. 우리는 올해 목표 110억 달러 유치에 성공해도 2년째 내리막이니 아시아 지역 예선 통과도 어렵다. 다른 나라는 파격적인 규제 제거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최고지도자가 유치에 앞장서 돈과 좋은 일자리를 가져간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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