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론’도 여기서 비롯된다. 열린우리당은 올해 초 서울대 등 기존 국립대의 명칭을 없애고 국립1대학, 국립2대학 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다. 국정브리핑이 제시한 ‘비전 2030’의 해법도 대학평가제도 혁신, 국립대 통폐합 등이다. 교육 불평등을 줄일 공교육의 획기적 향상은 언급도 없다. “평준화 망상에 사로잡혀 ‘일류’를 공적(公敵)으로 취급하는 이 정권 아래서 ‘서울대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미련한 짓일지도 모른다”는 칼럼이 서울대 동창회보에 실릴 정도다.
▷그래도 서울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글로벌 지식경제시대에 돈과 기업은 최고의 인재가 있는 곳이면 지구 끝까지 간다. 싱가포르에서도 엘리트대학 출신이 아니면 40%는 하향 취업하는 현실이다. 최고 인재를 기르는 엘리트대학이 못 되면서 등록금만 받아먹는 대학이야말로 공적인 셈이다. 서울대는 없앨 게 아니라 더 키워야 한다.
▷유럽의 생산성과 경제가 시드는 반면 미국은 상승을 거듭하는 것도 엘리트대학이 키운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 덕분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선 학생 선발 자율권과 교수에게 시장가치로 보수를 주는 자유가 필수라고 했다.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서울대 동창회보 칼럼대로 ‘총장 직을 걸고’ 싸워야 할 것 같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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