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서울대 60주년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그때만 해도 허름한 옷에 고무신을 끌고 학교에 오는 학생이 상당수였지요.” 1954년 서울대 문리대 중국문학과에 입학해 대학에서 평생을 보낸 김시준(72) 중문과 명예교수의 회고다. 요즘 서울대엔 배용준 원빈 최지우 전지현 못지않게 잘생기고도 똑똑한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공교육의 위상이 약화되고 사교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국정브리핑은 지적했다.

▷‘서울대 폐지론’도 여기서 비롯된다. 열린우리당은 올해 초 서울대 등 기존 국립대의 명칭을 없애고 국립1대학, 국립2대학 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다. 국정브리핑이 제시한 ‘비전 2030’의 해법도 대학평가제도 혁신, 국립대 통폐합 등이다. 교육 불평등을 줄일 공교육의 획기적 향상은 언급도 없다. “평준화 망상에 사로잡혀 ‘일류’를 공적(公敵)으로 취급하는 이 정권 아래서 ‘서울대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미련한 짓일지도 모른다”는 칼럼이 서울대 동창회보에 실릴 정도다.

▷그래도 서울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글로벌 지식경제시대에 돈과 기업은 최고의 인재가 있는 곳이면 지구 끝까지 간다. 싱가포르에서도 엘리트대학 출신이 아니면 40%는 하향 취업하는 현실이다. 최고 인재를 기르는 엘리트대학이 못 되면서 등록금만 받아먹는 대학이야말로 공적인 셈이다. 서울대는 없앨 게 아니라 더 키워야 한다.

▷유럽의 생산성과 경제가 시드는 반면 미국은 상승을 거듭하는 것도 엘리트대학이 키운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 덕분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선 학생 선발 자율권과 교수에게 시장가치로 보수를 주는 자유가 필수라고 했다.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서울대 동창회보 칼럼대로 ‘총장 직을 걸고’ 싸워야 할 것 같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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