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두바이 아파트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우리에게 두바이는 ‘두바이유(油)’로 친숙하다. 한국이 들여오는 석유의 80%가 중동(中東)산인데, 두바이유는 중동산 석유를 대표한다.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사실 ‘무늬만 중동’일 뿐 호화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술도 파는 ‘중동의 이방’이다. 인공 섬에 세워진 세계 유일의 7성(星)급 호텔 ‘버즈 알 아랍’도 두바이의 명물이다.

▷이곳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투자 열기가 대단하다. 국내 한 건설업체가 두바이에 짓는 주상복합건물이 투자설명회 첫날에 85%나 계약됐다. 인기가 치솟자 분양회사는 두바이 현지 분양분까지 국내 분양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살겠다는 분양신청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 해외투자의 한 형태로 이 아파트에 돈을 질렀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 강남권 부유층이 미국과 캐나다의 부동산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에는 중산층까지 가세해 호주 싱가포르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두바이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투자클럽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해외 부동산 컨설팅회사도 있다. “특히 북한 핵실험 이후 불안심리 탓인지 해외 부동산이 더 관심을 끈다”고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말한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백조 원의 부동(浮動)자금 중 일부가 국경을 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자금은 29조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주로 증시 투자이지만 여행과 유학에 이은 ‘단순 재산 반출’도 1조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자금보다 국내 자금의 유출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상 처음으로 올 상반기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를 넘어서는 일도 벌어졌다. 해외로 유학한 이공계 석박사의 귀국률은 계속 줄어 요즘은 30%에 그친다. 하지만 돈이 빠져나가고, 인재가 돌아오지 않는 원인을 걱정하는 정치인은 보기 어렵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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