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간부가 문제 제기를 하면 정부가 이들을 각종 위원회에 불러들여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 자주 동원됐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보고서는 정부 부처의 주요 참고자료가 돼 왔다.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민단체는 모른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그러나 정작 참여연대는 “위원회가 무슨 감투냐”거나 “정치적 공격을 위해 (자리) 수를 부풀린 것으로 본다”고 응수한다.
▷김병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노 대통령이 전문 관료를 믿지 않고 참여연대나 ‘386 참모’들을 더 신뢰하는 바람에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제1의 정부’의 정책이 막강한 ‘제2의 정부’에 의해 뒤집히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부동산정책은 ‘제2의 정부’가 주도하고 ‘제1의 정부’는 뒤치다꺼리를 맡은 경우다. 대기업 압박, 과거사 굿판, 사립학교법 개정, 신문법 제정은 청와대와 ‘제2의 정부’의 합작품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도 정통 대통령이 아닌 ‘제2의 대통령’쯤 되는 건가.
▷참여연대는 ‘매일매일 국가권력이 발동되는 과정을 엄정히 감시하는 파수꾼’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오히려 ‘권력에 너무 가깝다’거나 ‘권력 맛을 본 뒤 퇴화(退化)됐다’는 질책의 대상이 되었다. 머지않아 ‘시민사회와 정권을 함께 망쳤다’는 역사적 평가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참여연대가 말했듯이 ‘공복(公僕)인 정부가 주인 행세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면 ‘시민단체의 권력 참여’도 마찬가지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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