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KBS 이익잉여금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정부가 100% 자본금을 출자한 KBS는 1973년 이후 한번도 정부에 이익금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차곡차곡 KBS 곳간에 쌓아 온 이익잉여금 액수가 자본금 규모를 넘는 418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개 정부투자기관이 이익금 가운데 3800억 원을 국고에 배당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에게 돌아갈 이익금을 움켜쥐고 내부 구성원들이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국회는 6월 보고서를 통해 “KBS의 자본금은 국민 부담으로 조성됐으므로 이익금은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며 국고 배당을 촉구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KBS 이익금은 다른 정부출자기관처럼 국고에 배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KBS는 요지부동이다.

▷KBS는 2004년 638억 원의 적자를 내자 정부에 손을 벌렸다. 올해 104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챙겼고 내년분도 179억 원을 요구했다. 경영 상황이 악화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잘나갈 때는 이익금을 챙기고 경영사정이 안 좋으면 국민 세금을 빼 쓰는 행태가 체질화됐다. 공익성이 강한 국립대도 사업에서 이익을 내면 국고에 배당하게 돼 있다. KBS가 33년 동안이나 이익금 배당을 외면해 온 것은 독불장군 식의 오만이다.

▷KBS 측은 ‘방송의 특수성과 독립성’을 내세우지만 국민이 그런 말에 귀 기울이고 수긍하게 만들려면 구조조정과 신뢰 회복이 먼저다. 요즘은 TV 시청자의 80% 이상이 전파가 아닌 케이블을 거쳐 지상파를 본다. 안테나를 이용한 시청은 옛 풍경이 되고 있는데도 송출 체계와 인력구조는 변함없다. 더구나 KBS의 조직 전체에 나사가 빠져 있음은 지난 토요일 20여 분이나 계속된 대형 방송 중단 사고가 단적으로 말해 준다.

▷KBS는 노골적인 ‘정권코드 방송’을 일삼으며 ‘독립성’을 스스로 내팽개쳐 왔다. 또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공영방송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이런 KBS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이익금의 국고 배당을 강제하는 조치를 서두를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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