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2004년 638억 원의 적자를 내자 정부에 손을 벌렸다. 올해 104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챙겼고 내년분도 179억 원을 요구했다. 경영 상황이 악화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잘나갈 때는 이익금을 챙기고 경영사정이 안 좋으면 국민 세금을 빼 쓰는 행태가 체질화됐다. 공익성이 강한 국립대도 사업에서 이익을 내면 국고에 배당하게 돼 있다. KBS가 33년 동안이나 이익금 배당을 외면해 온 것은 독불장군 식의 오만이다.
▷KBS 측은 ‘방송의 특수성과 독립성’을 내세우지만 국민이 그런 말에 귀 기울이고 수긍하게 만들려면 구조조정과 신뢰 회복이 먼저다. 요즘은 TV 시청자의 80% 이상이 전파가 아닌 케이블을 거쳐 지상파를 본다. 안테나를 이용한 시청은 옛 풍경이 되고 있는데도 송출 체계와 인력구조는 변함없다. 더구나 KBS의 조직 전체에 나사가 빠져 있음은 지난 토요일 20여 분이나 계속된 대형 방송 중단 사고가 단적으로 말해 준다.
▷KBS는 노골적인 ‘정권코드 방송’을 일삼으며 ‘독립성’을 스스로 내팽개쳐 왔다. 또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공영방송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이런 KBS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이익금의 국고 배당을 강제하는 조치를 서두를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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