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은 7월 21일 취임 일성으로 인간화교육 강화, 글로벌 이화, 이화학술원 설립 등 ‘이니셔티브 이화’를 발표했다. 대학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이화여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온화한 인상의 이 총장은 “왜 총장으로 발탁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이화여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중고와 이화여대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21년 동안 교수를 했으니 평생을 ‘이화’에서 보낸 셈이죠. 한국근현대사가 전공이고 역사관장도 지내 이화여대의 역사를 잘 아는 편입니다. 구성원을 잘 알기 때문에 협력하면서 지혜롭게 학교를 이끌어 갈 생각입니다.”
이 총장은 “올해 창립 120주년은 환갑으로 치면 2주갑(周甲)이어서 더욱 뜻 깊다”며 “1주갑인 1946년에는 최초로 종합대로 승격했고, 2주갑인 올해는 파주 교육연구단지 양해각서(MOU) 체결로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파주 교육연구단지는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요.
“신촌캠퍼스는 17만 평인데 공간이 크게 부족하고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미래의 설계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파주역 주변의 미군 공여지 7만 평을 포함해 30만 평까지 확보할 수 있어 획기적인 기회가 온 것이죠.”
―왜 파주로 결정했나요.
“교육연구단지 건립 계획을 밝혔더니 여러 곳에서 유치 제의가 왔어요. 이이 황희 등 대학자들이 공부한 문향(文鄕)이어서 대학 이미지와 잘 맞잖아요. 2008년 전철이 개통되면 30분 거리여서 입지 조건이 좋습니다. LG필립스LCD 단지가 있어 산학협동이 가능하고 통일시대를 겨냥한 거점도 될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는 파주에 인성·리더십·외국어교육과 정보기술(IT)연구 등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장차 병원 설립도 검토 중이다. 기본설계와 토지 매입, 건물 건립 등을 거쳐 2009년이면 인프라가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로 이화여대가 공대를 만든 지 10년이 됐군요.
“세계 최초의 여성 공대예요. 1996년 전자계산학 등 4개 전공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등 3개 학부 5개 전공으로 늘었어요. 졸업생이 2500여 명이나 되고 3년 후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 인증을 받으면 활동영역이 훨씬 넓어질 겁니다.”
이 총장은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가 사상 최고인 53명으로 대학별 합격자 순위 6위를 기록하는 등 이화여대가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은 대학의 건학이념, 목표, 처한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세세한 것까지 일률적으로 요구해선 안 되죠. 자율권을 존중해야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돼요.”
이 총장은 기여입학제에 대해선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아직 사회가 대학에 기회균등이나 형평성을 기대하고 있어 시기상조”라는 ‘모범답안’을 꺼냈다.
역사학자인 이 총장은 조선시대사학회 회장과 인문대학장을 지낸 관계로 9월 26일 이화여대에서 전국 대학이 참여하는 ‘인문학 주간’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인문학 내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학문적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 인문학 위기의 한 원인”이라며 “인문학은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로 일반인이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인문학을 발전시켜야 다른 학문도 발전한다”고 말했다.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를 배출하는 등 이화여대가 저력이 있지만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있어요.
“그런 시각이 있다면 겸허하게 성찰하고, 주위에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헤아려야 합니다. 16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제 그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세요.”
이 총장은 장상 총장에 이어 두 번째 기혼 총장. 총장 공관은 외부 손님 접대와 집무를 위해서만 사용한다. 순흥 안씨 종가의 맏며느리이고 20년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이 총장은 “종가 맏며느리야말로 ‘가정의 CEO’”라며 “한국 전통가문의 종가 며느리 10명을 인터뷰한 책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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