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생들을 뽑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사(戰士)로 키워내고 있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다. 국내 이공계 고등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까지는 불과 6,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천광호 ‘CEO 교장’의 열정과 철학 덕분이다.
2일 서울 용산구 돌모루길 학교 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천 교장은 빔 프로젝트 시설이 있는 회의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마치 기업의 설명회(PT)를 듣는 분위기였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도 교육자의 철학과 기업가의 혁신 마인드가 혼합되어 있었다.
“교육보다 더 나은 미래 산업은 없습니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희망과 꿈을 재료로 삼아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1999년 취임 이후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해 온 노력이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지난해 15명, 올해 13명 등 교내 유학반 학생 전원이 미국의 미시간대 공대, 아이오와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유명 대학에 합격한 것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미국에 이어 내년에는 호주의 뉴캐슬대 등 몇몇 대학과 유학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인도 중국 일본 등으로 유학길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실적’ 못지않게 테크노경영학과 2학년 이현우 학생이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관련 업체 ‘헤라PC’를 차려 방과 후 경영하고 있는 등 ‘학생 CEO’들도 학교의 자랑이다.
대학 진학 실적의 괄목할 만한 향상은 물론 입학생들의 학업수준도 일반고에 비해 월등하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과 웹운영과 테크노경영과 멀티미디어과 등 4개과에서 올 2월 졸업한 283명 중 213명이 4년제 대학 진학, 13명은 미국 대학 입학, 26명이 2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는 우등생을 뽑기보다 평범한 학생을 뽑아 우등생 못지않은 교육 효과를 거둠으로써 ‘교육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역시 CEO 같은 말투다.
그는 “우리나라는 고교나 대학이나 학생을 뽑는 데만 열중하고 뽑은 후 교육에는 소홀한 듯하다”며 “어떤 학생을 뽑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훈도 옛날부터 전해온 ‘쓸모 있는 일꾼이 되자’에서 ‘세계로 미래로 꿈을 펼치자’로 바꾸었다.
선린인터넷고 변신 스토리를 배우려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지난달부터는 교육인적자원부 초청으로 특강도 하고 있다.
그는 특성화고의 가야 할 기본 방향은 ‘좁게 높게 길게’라고 했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택해 차별화하고(좁게),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높은 꿈을 갖도록 하며(높게), 졸업 후 평생 교육으로 연계될 수 있는(길게)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경영서적을 많이 본다”며 “그들의 책 속에 나오는 ‘고객’이라는 단어를 학생으로 바꾸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구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선린고의 교과 과정에는 혁신적인 내용이 많다. 유명 정보기술(IT)업체 최고경영자나 전문가 초청 강연, ‘인터넷 윤리’ 교재의 자체 제작, 매주 1시간 ‘창의성 연극’ 활동을 통해 종합적인 상상력 기르기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다른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도 따기 쉽지 않다는 CCNA(Cisco Certified Network Associate·미국 시스코사의 네트워크 국제 공인 자격증)를 비롯한 국제 기술자격증 취득 교육프로그램 등 ‘소수 심화 전공 과정’도 선린의 특징이다.
교육 현장 역시 창조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선린인터넷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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