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대학에 논술시험을 쉽게 내라고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시정책에서 좌파 단체들과 정부의 손발이 이처럼 척척 맞는다. 전교조의 논술고사 반대는 교사들의 무능(無能)에 대한 자인(自認)이다. 논술이 입시에 중요하다면 교사들이 논술교육에 적극 나서면 될 것 아닌가.
▷논술에 대한 오해도 있다. 논술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알려졌지만 2006학년도 서울대 입시를 보면 영향이 크지 않았다. 25점 만점에 22점을 기본점수로 주는 데다 교수들의 채점도 높은 점수를 거의 주지 않고 평균 근처에 집중됐다. 사교육을 많이 받는 강남과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서울대 입시에서 논술성적 상위권을 차지한 고교 명단을 보면 거의 지방학교들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나한테 서울대 논술을 풀라고 해도 자신이 없다”고 말해 논술시험 난이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대학들이 출제하는 논술은 일반적인 ‘글쓰기 실력’보다는 교과서에 대한 이해(理解)를 전제로 창의력과 해결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올해 ‘시간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은 합당한 일인가’라는 문제를 출제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는 유형이 다르다. 2008년 입시부터 논술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대학들이 대학과 고교가 함께 참여하는 논술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고교의 논술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젠 좌파 교육단체들도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守舊) 좌파적’ 행태에서 벗어나 논술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때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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