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노심(勞心)이 강경 투쟁으로 ‘먹고사는’ 노동운동을 거부하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노조 조직률은 작년 말 사상 최저인 10.3%로 추락했다. 최근 두 달 동안 노조의 ‘무조건 업무 복귀’ 결정으로 장기 파업이 끝난 사업장도 5곳이나 된다. 8일 전북도청에서는 173개 노조가 ‘노사화합·산업평화 선언’을 했다. 이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고 싶다는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는 기업과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는 것이 지상 과제”라고 밝혔다.
▷시대착오적 좌파 이념에 사로잡힌 노동단체가 활개 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없다. 미국은 1940년대 중반 83%를 넘던 노조 조직률이 민간부문의 경우 8%에 불과할 정도로 떨어졌다. 유럽에서는 아예 ‘노조는 죽었다’는 말이 나온다. 세계화(世界化)로 12억 명의 새로운 노동자가 생겨나고, 임금이 아무리 적어도 일하겠다는 노동자가 수백만 명인 시대다. 국내에서도 청년 실업자가 50만 명을 넘었다. 자본, 공장,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악만 쓰는 노동운동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12일 3만 명을 동원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한다. 서울 도심 교통이 또 한 차례 마비될 판이다. 경찰은 당초 세종로 사거리에서 열기로 한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지만 장소를 바꾸자 허가를 내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을 위한 투쟁은 시민들의 염증과 함께 노심의 이반을 자초할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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