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줌마여, 자기를 찾아 떠나자
인생 여정을 하루로 본다면 나이 마흔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쯤이 아닐까. 오전보다 시간도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 ‘오늘 하루도 다 갔구나’ 하는 허탈감, ‘오전에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자괴감이 드는 나이다.
방송작가인 저자는 여자 나이 마흔을 인생의 휴게소라고 말한다. “며느리로,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숨 가쁘게 살아오다 어느 날 고갯마루에 올라 잠시 심호흡을 하며 저 아래 지나온 흔적을 바라보는 나이가 마흔”이라고 말한다.
새댁이란 싱싱한 호칭도 아스라이 멀어지고, 엄마만 찾던 아이들도 친구를 더 가까이 한다. 남편은 직장에서 지위라도 올라가지만 여자는 오히려 초췌한 모습으로 지난 세월의 무상을 더 느끼게 되는 나이다.
그런 여자의 속내도 아랑곳없이 남편들은 편안함과 익숙함에 젖어 아내를 예사로 무시하기도 한다. 억척스럽게 살림을 늘리고, 가족의 건강을 챙기며 일인다역의 슈퍼우먼처럼 살아온 세월 동안 돌보지 않은 몸매도 펑퍼짐하게 변한 데다, 달갑지 않은 뱃살은 길가다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줌마’라 부르게 한다.
문득 여자는 마흔 고개에서 바라본 자신이 세상에서 만만한 존재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허망한 나이가 되었음을 감지한다. 이제 남은 인생을 이대로 허탈감에 휩싸여 보낼 것인가. 바로 앞에는 달갑지 않은 갱년기가 떡 버티고 서 있다. 괜히 화가 났다가 우울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불면증은 밤의 악령이 되어 심신을 괴롭힌다. 사랑도 희망도 다시는 꿈꿀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인가. 심신이 나약해지면 쉽게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남편 때문에, 시부모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내 삶을 허비했다고 남 탓을 하다 보면 그 허망함은 더 깊게 골이 파인다.
저자는 마흔 줄에 들어선 여성들에게 연민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제2라운드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종을 울린다. 마흔 중반을 살면서 저자 자신과, 그녀 곁을 스쳐간 마흔의 여자들이 느꼈던 상처와 애환을 시원하게 긁어 주고 그들에게 새 희망을 심어 준다.
마흔이라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통과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친절하게도 여자 나이 마흔에 가져야 할 열세 가지 마음자세도 짚어 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흔에 보면 좋은 영화, 책까지도 자세하게 안내해 실용적인 면모도 겸비했다.
문영숙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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