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레저를 위해 운동을 하는 우리와 달리 북한에선 ‘혁명과 건설, 국방에 기여하는 공산주의적 인간’이 되기 위해 운동을 한다. ‘키 크기 운동’도 그 하나다. 고등중학생들은 누구나 배구 농구 철봉 줄넘기 뜀틀 운동을 해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예 16세 기준으로 남자 165cm, 여자 160cm를 국가기준치로 정해 놓았다. 그럼에도 효과를 봤다는 얘기는 없다. 오죽하면 1990년대 중반부터 입영대상자 키를 종전 ‘150cm 이상’에서 ‘148cm 이상’으로 낮췄을까. 남한은 159∼195cm이다.
▷2005년 기준으로 북한의 20∼39세 주민 평균 키는 여성 154.9cm, 남성 165.6cm라고 한다. 남한의 여성 159.1cm, 남성 172.5cm에 비해 훨씬 작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엔 조선 북부지방 남성이 166cm로, 남부 남성 162.5cm보다 3.5cm나 더 컸다고 한다. 북한은 그 후 제자리걸음인 반면 남한은 무려 10cm나 커졌다. 10∼20년 후엔 어느 정도까지 격차가 벌어질까. 정말 ‘다른 인종’이 될지도 모른다.
▷북한 주민의 작은 키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량마저 해결 못하는 정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생존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먹지도 못한다면 동물보다 나을 게 없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의 권리는 그들에겐 사치품일 뿐이다. 핵 개발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인민을 먹일 식량을 사들여야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인민은 굶어 죽는데 핵무기만 보유한다고 ‘지상 낙원’이 될까.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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