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진영의 대표급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올해 초 그가 창간한 계간지 ‘창작과 비평’ 40주년을 맞아 “창작과 비평이 탄탄한 물질적 기반과 인재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옛날과 같은 활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좌파의 무력감이 담긴 말이다. 좌파는 이미 노무현 정권 이후를 준비 중이다. 백 교수는 4월에 같은 좌파이면서도 각론 견해가 다른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실명(實名)으로 비판했다. 좌파 내부의 논쟁을 유도해 좌파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대중적 관심을 되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백낙청발(發) 실명 비판은 우파 진영을 향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백 교수는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를 비판했다. 그러자 안 이사장이 응전(應戰)에 나섰다. 백 교수가 펴 온 ‘분단체제론’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평소 “사상전을 생각하면 피가 끓는다”고 말해 온 안 이사장이기에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가 펴내는 계간지 ‘시대정신’은 내년 봄호에 최장집 교수를 실명 비판할 예정이다.
▷이들의 속내는 서로 다르다. 좌파 진영은 반전(反轉)의 계기를 찾고 있고, 우파 쪽은 이참에 좌파의 허구를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좌파의 베일이 걷히면서 전세(戰勢)는 일단 우파 쪽으로 기운다. 좌파 ‘거물(巨物)’ 리영희, 강만길 씨 등도 자유롭지 않다. 영향력이 커질 대로 커진 만큼 엄격한 검증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실명 비판은 그 시간을 앞당길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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