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 약간 굽은 등짝의 중년 사내들을 바라보면 좀 슬프다. 만만찮은 반평생을 살아오며 조금씩 처진 어깨, 늘어진 뱃살에서 40대의 애환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목에 뭐가 걸린 듯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소리 없는 삶의 전쟁터에서 1년 365일 전투를 치르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침 출근길에서 문득 아무런 굴레와 책임이 없는 곳으로 도망쳐 버리고 싶은 강한 유혹을 한 번이라도 느끼지 않은 대한민국 40대 남자가 존재할까?
이 책은 1964년생인 저자가 마흔에 막 접어들며 1년 내내 새벽녘마다 이런 외로움, 허무감과 싸우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솔직한 자기고백을 담은 책이다.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며, 마흔이란 도대체 나에게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왜 저자는 이 물음을 던졌을까? 이 물음이 해결되지 않고는 밀려오는 허무감과 쓸쓸함 속에서 한시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돼 있으나 크게 보면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다. 1부에 해당되는 1장과 2장은 저자의 자기고백을 통해 독재시대와 민주화 운동, 외환위기 등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시대의 한복판을 함께 건너 온 40대들은 자신의 지나온 삶과 경험을 떠올리며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이 향수는 40대만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40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지나온 삶뿐 아니라 앞으로 30년을 더 롱런하기 위해 마흔의 입구에서 자신의 삶을 점검해 볼 수 있는 13가지 지침도 제공하고 있다.
2부에 해당하는 3, 4장 역시 섣부른 대책이나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저자나 독자나 똑같은 40대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마흔내기’들의 ‘희망 찾기’와 마흔 이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조심스레 모색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40대의 애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독자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솔직한 토로는 특히 같은 또래 40대 남자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 주는 것은 물론 다시 일어나 인생 후반전을 시작할 기운을 준다.
누구나 40대에 접어들면 마치 ‘텅 빈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 같은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늙어간다는 것, 열정이 식어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다. ‘40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나이 듦에서 오는 초조함’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노상욱 파이미디어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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