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善心의 뒤끝 ‘건보료 폭탄’

  • 입력 2006년 12월 3일 19시 42분


건강보험 재정이 2003년 흑자로 돌아선 뒤 작년까지 3년간 흑자가 계속 늘어났다. 지역가입자 건보재정에 국고가 지원되고 2004년 12월 담뱃값이 500원 인상됨에 따라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부쩍 늘어난 덕이 컸다. 작년 이맘때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암 진료비 본인부담 축소, 병실 식대(食代) 지원 등 ‘돈 먹는’ 선심성 대책을 발표하며 ‘참여정부 공약인 보험 혜택 확대가 실현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그제, 정부는 건보재정에 구멍이 뚫렸다며 건강보험료를 인상했다. 건보료는 해마다 인상되지만 이번 인상률은 6.5%로 지난해 3.9%에 비해 너무 높다. 직장가입자는 전년도 임금인상률(연평균 5.5%)을 매년 4월에 반영하고, 지역가입자도 재산 과표 인상과 소득증가분을 11월에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인상률은 6.5%보다도 훨씬 높다. 가뜩이나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건보료 폭탄’ 하나를 더 투하하는 셈이다.

▷보험 혜택 확대는 당장은 반갑다. 하지만 가계건, 기업경영이건, 나라살림이건 돈 들어올 구멍을 보고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기본이다. 복지부는 그 반대로 했다. 연내 담뱃값 인상으로 4100억 원을 거둘 것이라는 ‘가상 수입’에 근거해 재정운용계획을 짰다. 기획예산처는 국고 지원을 오히려 줄였다. 예상이 빗나가자 복지부는 건보료 대폭 인상으로 부족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

▷건보재정이 건강하려면 ‘다이어트’를 먼저 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병원에 가면 일주일 만에 낫고, 안가면 7일 만에 낫는다’는 감기 진료 지원에만 연간 2조 원을 쓰면서도 암, 난치병 등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은 부족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한 보험혜택을 국민 반발이 겁나 줄이지 못하고 있다. 감기 진료비로 3000원 내고, 암 치료에 300만 원 내는 것은 국민에게도 손해 보는 일이다. 세금이건, 보험료이건 건보재정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도 딱 맞아떨어진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