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점프

  • 입력 2006년 12월 7일 20시 12분


한국의 비(非)언어극 ‘점프’가 영국 런던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마치자 찰스 왕세자와 부인 커밀라 파커 볼스 씨가 무대 뒤로 와서는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정말 환상적(fantastic)이었다. 너무 재미(funny)있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태권도 태껸 쿵후 등 동양무술에 아찔한 애크러뱃 묘기가 곁들인 ‘점프’는 요절복통의 무술 가족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무언극(無言劇)이 빠지기 쉬운 ‘드라마 부족’의 약점을 말끔히 극복한 독창적인 형식의 공연이다.

▷2003년 초연 이후 벌써 40만 명이 봤다. 9월에는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 전용관까지 생겼다. 해외에서의 성공도 화려하다. 이스라엘 중국 그리스 스페인 인도 등 8개국에서 120회 공연돼 9만여 명의 관객을 끌었다. 영국 에든버러축제에서는 2005, 2006년 내리 ‘흥행 베스트 5’에 올랐다. 내년엔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올릴 예정이다.

▷한류(韓流)가 유행이라지만 톱스타 몇 명에 의존해서는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콘텐츠의 질이 탄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류상품 ‘대장금’도 이영애라는 명배우와 함께 문사철(文史哲·문학 사학 철학)에 밝은 작가 김영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흥행 마인드도 중요하다. ‘점프’의 프로듀서 김경훈 대표는 “시연할 때 제목은 ‘별난 가족’이었지만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점프’로 개명했다”고 말했다.

▷문화산업은 대표적 미래산업이다. 1992년 영화 ‘쥬라기공원’의 매출액은 8억5000만 달러로 현대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금액이었다. 그해 현대차의 실제 수출 규모는 그 절반도 안 되는 64만 대였다.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도 계속 고부가가치 서비스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문화오락서비스 수지는 10월까지 2억7000만 달러 적자다. 금융 인력 정보 컨설팅 등 비즈니스 서비스와 함께 문화 레저 의료 교육 등 ‘삶의 질’ 관련 서비스의 고급화가 절실하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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