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미술시간에,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앉아 있다가 시간이 끝날 무렵 연필을 힘껏 내리꽂아 찍은 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은 여러 개의 점, 색깔 있는 점, 크기가 다른 점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리하여 피타고라스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한 모나드(monad·單子)를 닮았고, 점 하나가 큰 폭발을 일으켜 우주가 되었다는 빅뱅이론을 갖다 붙일 수도 있다. 도화지 위의 빅뱅.
그렇다면 이 점은, 모든 시작을 부추기는 힘이 그렇듯이,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가능성이다. 창조를 준비하는 카오스요, 막 머리를 내밀고 있는 움이다.
백지를 앞에 놓고 한 시간을 보낸 아이에게 와서 미술 선생님이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라고 하자 놀리지 말라고 하면서 찍은 게 이 점인데, 선생님은 그걸 금테 액자에 넣어 자기 방에 걸어놓는다. 이 선생님은 칭찬의 연금술을 아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각자 타고난 재능을 키워 주는 일과 공공의식을 심어 주는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앞의 것은 교육제도와 생존 경쟁 때문에 잘 되지 않고 뒤의 것은 어른들부터 공공의식이 너무 없어서 잘 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무슨 ‘정치적’ 목적을 갖고 수상한 이념을 주입한다든지 ‘세뇌’를 하는 것은 그 어떤 죄악보다도 큰 죄악이라는 걸 말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은, 웬만한 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청년시절에, 북쪽의 인사불성 사교(邪敎)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세뇌를 당해 활동하다가 여기서 요직을 차지하고 심지어 첩자 노릇을 한 사람들도 있다니…. 아이고, 이 사람들아, 프랑스혁명 뒤 ‘자기완성, 관용 그리고 계몽’을 교의로 유럽에서 생긴 비밀결사 프리메이슨(freemason)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젊은 열정을 불태우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그래도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깨달음의 빅뱅으로 새로 태어나고 다시 시작할 시간이 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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