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칼 토머스]덫에 걸린 ‘이라크 보고서’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그들 스스로 고백했듯이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은 ‘흠 있는’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 미국 국민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서 이라크 정부에 종파 간 화해와 치안상황 개선, 테러리스트 격퇴에 힘쓰라고 요구하는 동안 ISG는 공동위원장인 제임스 베이커가 설치한 덫에 빠졌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이라크 내 영향력과 이라크 안정에 대한 이해를 감안해 미국은 이들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관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ISG는 이란과 시리아가 바그다드의 불안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분명 간과했다. 시리아는 레바논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헤즈볼라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를 안정화하면, 미국은 이 안정된 ‘자유 국가’를 두고 떠날 수 있을까. 이란과 시리아는 이라크가 자국의 독재 정권을 위협한다고 볼지도 모르겠다.

이 보고서에는 또 다른 흠이 있다. “미국은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지역 불안에 직접 대처하지 않는 한 목표들을 달성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곧 팔레스타인’이라는 해묵은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접근방식은 여러 행정부에 걸쳐 시도됐지만 실패해 왔다. 팔레스타인 측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없애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백악관과 의회가 협력하라는 고결한 요구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쪽이 아니라 다른 쪽에 있다.

ISG는 종교적인 동기 부여를 간과했다. 그들은 신이 미국인의 죽음을 원한다고 믿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쓸어 버리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이교도’ 외교관들은 독재자와 이슬람교인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무슬림 인구 증가에 허덕이는 약체 유럽 정부들도 미국을 돕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도, 석유를 필요로 하는 데다 미국을 그다지 생각해 주지 않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ISG의 지적처럼 중동지역 불안의 원인은 미국이 아니다. 중동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들끓는 정세는 그들의 문제이지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막대한 자금과 한때 자랑거리였던 유산을 사용하고도 실패한 수많은 정권에 미국은 편리한 변명거리다. 독재자들은 실패에 따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늘 다른 누군가를 손가락질한다. 독재자가 이슬람교도든 사회주의자든 파시스트든 늘 그랬다.

차기 하원 정보위원장으로 내정된 실베스트르 레이예스(민주당) 의원이 최선의 단기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레이예스 의원은 ‘뉴스위크’에 “무장단체 박멸을 위해 이라크에 2만∼3만 명의 미군을 더 보내길 바란다”고 한 뒤 민주당 동료 다수와 절연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상원의원은 같은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수없이 반복해 오고 있다.

적들은 주된 관심사와 부합하지 않으면 약속이나 조약, 협정은 이행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란 미국을 욕보이고 오사마 빈 라덴 추종자들을 위해 이라크를 지키는 일과 같은 것들이다. 그리하여 곳곳에서 미국에 덤벼들고 결국에는 미국 땅에까지 진출한다. 문제는 그들이 우리 해변에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다는 데 있다.

조지 오웰은 말했다. “우리가 침대에서 편안히 잘 수 있는 것은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갚아 주기 위해 난폭한 사내들이 밤에 이미 보초를 서고 있기 때문이다.”

ISG 보고서는 미국의 안전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시작한 일은 끝나게 될 것이다.

칼 토머스 트리뷴 미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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