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막는 경직된 抑强扶弱
‘서울 600년사’에 따르면 다산이 47세이던 순조 7년(1807년) 전국 인구가 756만 명이었고 서울 인구는 2.7%인 20만 명. 다산이 살던 시대로부터 약 2세기가 흐른 작년 말 기준 서울 경기 인천을 합한 인구는 전체 인구의 48.3%가 됐다. 수도권은 내년 말이면 대한민국의 절반을 넘어서는 거대 수도가 돼 간다.
다산의 편지글처럼 개인이 자기 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살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도권에 진입하려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억강부약(抑强扶弱)정신에 입각한 수도권 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이 실효(實效)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수도권 억제를 시작했지만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유난히 지역균형 발전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그러나 임기 1년이 남은 지금, 수도권 팽창은 막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개발계획으로 엄청난 토지보상비가 풀리는 바람에 보상비 광풍(狂風)이 불어 서울 강남의 집값 폭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을 내세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석철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원장은 “행정수도 이전은 기껏 과천청사를 옮겨놓는 정도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은 각종 규제로 묶여 있지만 첨단 기업들은 인프라와 인력이 받쳐 주는 서울을 선호한다. LG필립스LCD 파주 공장을 못 세우게 하면 구미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대만으로 갈 판이었다. 하이닉스가 이천에 공장을 못 짓고 청주로 내려가면 3년이 더 걸리고 5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반도체는 시장 타이밍을 맞춘 대규모 투자가 중요하다. 3년이면 반도체의 한 세대가 지나가 버린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대수도론’을 제안했으나 경기도는 최근 다른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대수도 대신에 광역행정 협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동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토지공법학회가 지난주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대수도론의 법적 문제’라는 논문에서 “공장 총량제는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가 가진 최소한의 규제”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수도권 총량제 규제는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다.
한석규 경기도 기획관리실장은 37개 기업 56조 원의 투자가 수도권에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56조 원의 신규 투자가 일어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식어 가는 성장동력에 다시 불을 댕길 수 있다. 수도권의 소득이 높아지면 지방으로 흘러넘치는 효과도 생겨난다.
수도권 투자 줄 서 있는 56조 원
대기업 규제가 풀려 지방에 투자를 하면 기업도시는 저절로 생겨난다. 울산, 거제 같은 도시는 조선업 호황으로 24시간 조선소를 가동하느라 불야성(不夜城)을 이룬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서울보다 높다. 제철소가 있는 포항, 광양 같은 도시도 불경기를 모른다.
프랑스는 비(非)수도권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기업에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 우리도 기업이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주고 세금과 공장용지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항구를 이용한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은 지방이 유리하다.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이 묶여 있는데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제대로 뛰기는 어렵다. 경제는 억강부약의 사회 정의 실현과는 다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황호택이 만난 인생리더 10인 ‘그들에게 길을 물으니’**
꿈을 팔아 기부금 모으는 총장(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물처럼 부드럽게 돌처럼 강하게(강신호 전경련 회장) 공민학교 소년이 법무부장관 되다(김성호 법무부장관) 늘 '처음처럼' 사는 은행원(신상훈 신한은행장)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영화배우 최은희) 변화하는 노동운동에 앞장선다(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 야구도 인생도 숫자에 밝아야 성공한다(한화이글스 감독 김인식) 국제관계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본다(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 경쟁력 있는 사학운영의 꿈(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은 기업에서 나온다(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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